[영화와 밀월여행]
10월, 이 영화 어때?
지겹던 무더위가 지나고, 가을이 온지도 어느덧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제법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부는 것이 가을을 실감하게 한다. 매 여름이 마찬가지이지만, 이번 여름은 유독 영화 팬들에게 즐거운 한 해였던 것 같다. 국내 감독으로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있었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 여름은 아니지만 5월의 마지막 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도 있었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 좋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수많은 팬과 매니아 층을 거느린 봉준호, 크리스토퍼 놀란, 마블이라는 세 영웅들의 영화를 한 계절에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가을에는 어떤 영화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9월의 마지막 날, 현재 개봉작 중 몇 편의 영화를 권한다.
1. 베이비 드라이버
출처: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포스터
잘 만든 장르영화를 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확실히 재미있다. 굳이 다른 영화와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좀 더 보편적인 설득을 위해 사족을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를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충격을 받았다. 감독의 유쾌한 연출에 관객은 시종일관 웃음을 놓지 못한다. 이번에 개봉한 <킹스맨>의 후속편을 두고, 전작에 비해 아쉬움을 느낀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런 분들에게 자신 있게, <베이비 드라이버>를 권하고 싶다. 주인공 베이비의 카체이싱과 언제나 그와 함께하는 아이팟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이 <킹스맨>의 후속 시리즈에 기대했던 그것, 어쩌면 그 이상을 느낄지도 모른다. ‘어쩌면’이다. 나는 그랬다…!
2. 아이 캔 스피크
출처: 영화 <아이 캔 스피크> 포스터
어려운 이야기다. 누군가의 상처와 직결되는 영화는, 소비하는 순간조차 조심스러워진다. 제작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을 것이지만, 그들의 의도와 다르게 당사자에게는 상처로 다가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영화를 소비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수요가 불필요한 공급을 만들고, 당사자들에게 지속적인 상처를 줄 수 있기에 조심하게 된다. <아이 캔 스피크>는 그런 우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아, 정말 다행이다. 위안부를 소재로 한 다른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자극적이지 않은 연출을 사용한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누군가는 그런 자극이 영화의 전개상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소재의 영화는 피해자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 캔 스피크>의 접근은 더욱 훌륭하다. 영화는 자극적이지 않은 연출을 통해 관객에게 뜨거움을 전달하는데 성공한다. 공감에 성공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이들이 찾아줬으면 하는 작품이다. <아이 캔 스피크>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
(글: WOODY)
